골목끝집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보광로60길 14-13
용도 :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99.80㎡
건축면적 : 55.80㎡
연면적 : 158.08㎡
규모 : 지하1층 / 지상2층
구조 : 연와조
상태 : 2023 / 준공
사진 : 노경
막다른 골목 끝에서
때론 어찌할 도리가 없다.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차선을 선택하는 것. 건축물을 계획하면서 가장 마주치기 싫은 설계변경이란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해당 건물은 1969년에 준공한 연와조 주택으로 당시 용산구청장의 사택으로 지어졌었다. 지금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박한 연와조주택으로 연식에 비해 상태가 좋아 신축에 버금가는 증축 리모델링으로 설계가 착수되었다.
당초 계획안은 철골보강을 통한 2개층을 증축하여 지하를 포함한 총 5개층을 사옥으로 활용하는 야심찬 그림이었으나 코로나19에 대응하여 도입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급격히 축소되며 기존의 계획안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급격한 금리변동과 함께 크고 작은 금융계 악재들이 터지며 건축주는 미리 자금 조달 협의를 해두었던 금융사로부터 추가 대출 불가통보를 받았다. 개인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이었던 건축주는 이미 상당한 자본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 상태였기에 결국 공사예산은 당초의 ¼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규모를 늘리는 기존 계획안을 고수하기는커녕 오히려 현재의 건물을 최소한으로 수선하고 기존의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것들을 고민해야 했고, 그런 상황에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건축주는 어쩌면 타절을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격상 그렇게 끝내기는 더 싫었기에 당초 계약했던 설계비도 삭감해가며 그 와중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존재의 의미를 증명해야 하는 묘한 외통수에 놓여졌다.
결국 재생의 가치에 좀 더 집중하여 공간의 목적에 부합되고 합당한 쓰임새에 맞추어 고쳐 쓰는 최소이면서도 필수의 것들을 설계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더 증설하고 새로 넣을 여력이 없는 환경은 오히려 반대로 걷어내고 비우는 행위에 더 치중을 하게 만든다.
내외부 벽체는 박피를 하듯 마감과 미장, 칠들을 걷어내며 오롯이 공간을 구성하는 날것의 물성을 드러내어 공간이 변모했던 흔적, 혹은 유적과 같은 층위를 마감의 요소로 차용했다. 기존의 외부철제난간은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막다른 골목길의 새로운 풍경을 제공하게 하였다.